제목 [브레인미디어]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교육? 현실은 학생∙부모∙교사 모두 힘든 불행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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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brainmedia.co.kr/brainWorldMedia/ContentView.aspx?contIdx=18710 조회 : 1127 보도일 : 201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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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대한민국發 교육 실험, 대안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주목하다
[1편] 19세기 교육을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에게 가르친다

‘꿈과 끼를 펼치는 교육. 교육부는 교육개혁으로 행복교육을 실현합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는 문구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입시에서 벗어나 다양한 꿈과 끼를 살려주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인데요, 현실은 어떨까요?

"학원 배만 불려주는 거죠. 전교 1등이 다니는 학원, 과외라고 하면 아무리 비싸도 부모님들은 시키잖아요. 제 친구는 집이 잘사는 편인데도 걔네 엄마가 다른 동네 마트에서 캐셔(casher)하신대요. 그 친구는 과외 하나 더 시작했고요. 애들끼리 취직 안 되면 학원쌤 하자는 이야기도 해요. 대한민국은 망해도 사교육은 안 망한다고요."

밤이 되면 휘황찬란한 학원 간판들이 불을 밝히는 강남 대치동 학원가 편의점에서 만난 김희진 양(가명, 17)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루 평균 학원 2개와 과외 1개를 하고 있다는 희진 양은 다음 학원을 가야 한다며 길을 나섰습니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화면=KBS1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

모든 고등학생들이 사교육의 광풍에 내몰린 것만은 아닙니다. 여러 지역 학생들을 만나보니 학교에 다니는 이유가 다양했습니다. 남들이 다니니까 다닌다는 학생, 급식 먹으러 간다는 학생,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장 받고 대학은 나와야 할 것 같다는 학생도 있었죠.

꿈과 끼를 펼치라고 하지만 실상은 사교육과 무관심에 빠지는 아이들 

"요즘 수시로 대학가는 비율이 80%나 되다 보니까 일부러 내신 잘 받아서 좋은 대학 가려고 (전학)오는 애들도 꽤 있어요. 강남 같은 데서 내신 폭망(폭싹 망하다)하느니, 고만고만한 학교 와서 내신 1등급 받아 좋은 대학 가겠다는 거죠. 결국 상대평가니까요."

서울에서 중간 정도 학군으로 알려진 지역에서 만난 조윤석 군(가명, 19)은 스스로 '병풍'이라고 했습니다. 공부에는 영 취미가 없고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다 보니 학교에서는 별다른 존재감이 없다고 하더군요. 선생님들은 공부 잘하는 몇몇 학생들에게만 관심 가질 뿐,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그저 말썽 없이 졸업이나 하라’는 식이라고 했습니다. 

교육 문제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오래된 이슈입니다. 자식 교육을 위해 맹자의 어머니가 이사를 세 번 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유명하지요. 예나 지금이나 자식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을 텐데요, 문제는 그 마음이 지나쳐 아이들이 탈출구 없는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 서점에서 '강남 엄마'를 검색하면 정말 수많은 종류의 자녀 교육 도서가 쏟아진다. 지나친 부모 교육열이 문제라고 하면서도 엄마의 노력으로 아이 성적이 좋아지기를 바라는 수많은 학부모의 요구를 반증한다.

지난해 ‘잔혹동시’라 불리며 한 초등학생이 쓴 동시(학원 가기 싫은 날)가 화제였습니다. 학원 가라고 닦달하는 엄마에 대한 분노를 담은 시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시 알고 있어요. 우리 집 애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등골이 서늘해지더라고요. 고3은 다가오는데 엄마로서 불안하니까 학원 뺑뺑이에 집어넣는 거죠.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거야 당연히 알죠. 하지만 지금 당장 내 자식이 평가받는 건 성적이에요. 부모로서 고민이 많지만 어쩌겠어요. 이 나라는 경쟁시켜서 이긴 사람이 다 갖는 구조잖아요. 내 자식만 바르게 키우겠다고 나섰다가 나중에 제 밥벌이도 못 하고 살까 봐 걱정이에요."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이금화 씨(47)의 말입니다. 이 씨에게는 고등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이 있습니다. 공부를 곧잘 하던 아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이 씨가 일을 시작해 못 돌봐줬더니 성적이 떨어져 ‘인(in) 서울(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힘들 것 같다고 했습니다. 5학년인 막내는 올해 초부터 중학교 선행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세상, 바뀌지 않는 교육 시스템...”인성 중요하지만, 당장 성적으로 경쟁하는 게 현실"

고등학교 교사들도 학교가 팍팍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교사들에게 행정 업무가 과도하게 몰려 정작 교과 수업 연구에 집중할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졌지요. 그런데 요즘은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상위권 대학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일선에서는 "학생 1명당 1개의 대입전형이 있다”고 할 만큼 대학 가는 길이 복잡하고 다양해졌습니다. 

▲ 19세기 교육을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에게 가르치는 우리 교육 현실

“요 몇 년 사이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학생은 교과 성적 외에도 봉사활동, 동아리, 수상경력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기 스토리를 만들어야 해요. 교사는 그에 맞춰 교과 수업은 기본이고 학생들 개별 활동에 집중해야 합니다. 모든 학생들을 관리하고 안내해주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입시 위주의 교육 구조에 브레이크를 걸고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걸 알지만 쉽지 않습니다."

내년이면 교직에 몸담은 지 30년이 된다는 고진환 교사는 학생 지도 외에도 어려움이 더 있다고 했습니다. 바로 학생 수입니다. 당장 내년 신입생 유치를 위해 인근 중학교로 학교 홍보를 나가야 합니다. 교육부의 지난 8월 발표에 따르면 2018년부터 대학 정원보다 입학 희망자 수도 적어집니다.

인구 구조 변화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경제포럼은 ‘일자리 미래 보고서’를 통해 기술 발달로 앞으로 5년간 5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리라 내다봤습니다. 2030년까지 현존하는 직업의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 연구소도 있습니다. 

급변하는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 산업혁명 시대의 획일화된 경쟁 교육이 20세기를 살아온 교사와 부모에 의해 21세기 첨단을 걷는 아이들에게 강요되고 있습니다. 모두 문제라고 하지만, 어느 누구도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는 우리 교육 현실. 어디서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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