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K스피릿] 3편-부모가 아이를 대신해 행복해 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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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ikoreanspirit.com/news/articleView.html?idxno=78535 조회 : 488 보도일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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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갭이어형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나옥 교장 인터뷰

제주에서 국토종주를 마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주에서 국토종주를 마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 대한민국의 청소년 행복도 꼴찌,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통계가 이어지면서 사회에 큰 파장이 일었고 10여 년 전부터 청소년 갭이어에 관한 논의가 활발했다.

그 첫 학교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서울시에서 설립한 오딧세이 학교, 그리고 2016년부터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대부분 학교에 정착했다. 그러면 자유학기제는 아이들이 충분히 꿈을 찾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제도나 시스템이 아니에요. 아이 안에 있는 힘을 깨워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순수해서 진짜 행복이 뭔지 스스로 알고, 행복할 수 있는 힘이 충분히 있는데 부모가 행복조차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라며 우리 교육이 분명 달라져야 한다고 하는 벤자민학교 김나옥 교장을 지난 9일 만났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나옥 교장. 사진 강나리 기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나옥 교장. 사진 강나리 기자.

벤자민학교는 우리나라 첫 갭이어 학교라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현재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정착했는데 갭이어로서 효과를 어떻게 보는지

한 학기지만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나름 직업 체험도 하면서 진로를 찾아보는 건 의미 있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오면서 학습 중심의 환경이 되다 보니 갑자기 학습량이 많아지는데 자유학기제가 학습 부담을 조금 덜고 준비하는 기간으로 변질되었다고 합니다. 진로를 위한 지역사회 활동 등을 한다고 하지만 오후에는 학원에 가서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사례가 많아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벤자민학교 갭이어 과정에서 학생들의 체험은 어떻게 다른지.

멘토님과 선생님들이 멘토링을 해주는 과정에서 교실이 아니라 사회 속으로 나가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멘토님의 직장에 들어가서 실제 경험하고 부딪히면서 내면의 힘을 발휘하고 자기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탐방 가서 잠깐 역할을 맡아 보거나 둘러보는 정도와는 체험의 깊이와 배움이 다르겠죠. 또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자신의 꿈과 진로를 대하는 무게감도 다릅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2018년을 시작으로 대한민국교육산업대상 대안학교 부문 대상을 3차례 수상하는 등 혁신적인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2018년을 시작으로 대한민국교육산업대상 대안학교 부문 대상을 3차례 수상하는 등 혁신적인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벤자민학교 학생들이 추진한 ‘경기장 친환경 문화체인지 프로젝트’가 지난 10일 교육부 주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주관 ‘2024 대안교육기관 교육?활동 프로그램 우수사례 공모전’시상식에서 한국총소년정책연구원장상을 수상했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벤자민학교 학생들이 추진한 ‘경기장 친환경 문화체인지 프로젝트’가 지난 10일 교육부 주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주관 ‘2024 대안교육기관 교육?활동 프로그램 우수사례 공모전’시상식에서 한국총소년정책연구원장상을 수상했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청소년 갭이어의 방향이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벤자민 학교 설립 당시 벤치마킹한 것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 였어요. 아일랜드가 저소득 낙농 국가에서 IT 선진국이 된 데 전환학년제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합니다.

고등학교 1년 과정에서 일체 시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원하는 활동을 지역사회에서 하도록 운영했죠. 그 시간에 내가 어떤 꿈, 진로를 선택할 것인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아이들은 대학에 가서도 곧바로 자기 전공을 선택해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죠. 그것이 국가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는 겁니다. 그런 변화를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죠. 무엇보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하는 게 문제입니다.

대한민국 청소년 스트레스 지수가 매우 높은데 해답을 어떻게 찾을지.

우리 부모님들은 이렇게 하면 아이가 행복할 거라면서 방법을 찾는데 시대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는 학교든 가정이든 어디에서든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내 행복을 내가 느껴야지 부모님이 나 대신 행복을 느껴줄 수는 없지 않나요?

아이는 스스로 선택해서 내가 관심 있는 일을 열정적으로 해서 작은 성취를 이루고 여럿이 함께하면서 서로 도움이 되었을 때 진짜 기쁨을 느끼거든요. 크든 작든 어떤 상황에서도 통하는 본질이기 때문에 본래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죠.

그래서 부모님의 기준이 중요합니다. 돈이 많아야 하고 집이 커야 하고 자동차가 좋아야 하고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걸 다 가지고 있어도 불행이 차고 넘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 걸 알아볼 수 있는 눈을 부모님이 가지고 계셔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수많은 상황에서 여러 경험을 할 시간과 공간”

(시계방향으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는 다양한 활동에서 배움을 얻는다. 지구시민 환경정화 활동, 캄보디아 해외봉사, 벤자민 페스티벌, 대구 부산학습관 학생들의 마을 벽화 그리기 봉사 활동.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시계방향으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는 다양한 활동에서 배움을 얻는다. 지구시민 환경정화 활동, 캄보디아 해외봉사, 벤자민 페스티벌, 대구 부산학습관 학생들의 마을 벽화 그리기 봉사 활동.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외국에서는 아이들의 학습수준이 안 되니 아이들을 괴롭히는 성과시험의 수준을 낮추자는 논의도 있다는데

단편적인 답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한다고 아이들이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요? 아이는 건강한 경쟁 속에 있어야 합니다. 다만 지나치지 않아야 하죠. 진짜 행복은 아이가 성적이 좋지 않아도 느낄 수 있거든요. ‘난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고 하는 데서 옵니다. 시험 성적뿐 아니라 수많은 상황에서 여러 경험에서 찾아낼 힘이 있어요.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만 허락해 주고 인정만 해준다면 아이들이 스스로 찾습니다.

현재 우리 교육 현실에서 갭이어를 통한 교육계의 변화가 가능할지.

벤자민학교가 갭이어의 진짜 가치를 실제로 구현하고 있고, 우리 교육계에 전파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교육과 관련한 어떤 강연이나 유력 인사, 관계 기관과의 미팅에서도 갭이어의 진정한 가치와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사회는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데 우리나라 교육의 변화가 너무나 느린 상황이고, 입시경쟁의 어마어마한 판은 전혀 변동이 없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벤자민학교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느낀 건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선택해도 너무나 잘 배운다는 것입니다.

벤자민학교 졸업생 중 특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

지금까지 배출한 1천여 명 학생 한 명 한 명이 감동어린 성장스토리를 갖고 있죠. 제가 강연 때 많이 소개하는 학생은 3기 김권우 군입니다. 어릴 때 지인들의 연이은 죽음으로 힘들었고 체격이 몹시 왜소했는데 그런 자신을 극복하겠다고 벤자민 프로젝트로 철인3종 경기를 선택했어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3기 김권우 군이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어 후배들과 함께 하는 '사이다 국토대장정'.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3기 김권우 군이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어 후배들과 함께 하는 '사이다 국토대장정'.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멘토도 찾아 배우고 매일 단련하면서 스스로 해내겠다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러 곳을 찾아 자신의 프로젝트를 브리핑하며 후원금을 모아 경기용 자전거도 샀죠. 경기 당일 수영할 때 잠시 균형을 잃고 자꾸 물을 먹으니 경기 진행 측에서 “위험하다. 넌 어리니까 다음 대회에 출전하라”라고 하는데도 “조금만 더 가보고요, 조금만 더요”라고 하면서 결국 완주를 해냈습니다.

그 자신감으로 여러 도전과 경험을 쌓았고 어릴 적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경험을 거울삼아 장례지도학과로 대학을 진학해 자신의 분야에서 멋지게 성장하고 있어요. 지자체에서 하는 무연고자 장례를 돕는 봉사활동도 하죠. 또, 벤자민학교 후배들을 위해 ‘사이다(사이좋게 이루자 다함께) 국토대장정’을 기획해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건축가 멘토를 만나 어려운 사람들을 건축봉사를 하면서 건축가의 꿈을 찾은 김규리 학생을 비롯해 예체능은 어릴 때 발굴해 꾸준히 해야지 고등학교에서 갑자기 찾기 불가능하다는데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루어가는 학생 등 정말 다양합니다.

벤자민학교에 와서 보니 여러 대학이나 학교, 기관과의 MOU 체결이 활발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사회 속에서 많은 경험을 해야 하는데 돕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런 실천이죠. 얼마 전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과 MOU를 체결했는데 학생들이 1박 2일간 숲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별자리도 배웠습니다. 우리 학교에 벤자민 멘토단이라고 각계각층 전문분야에서 활약하는 분과 청년 멘토가 많은데 그분들이 연결해주기도 합니다. 멘토와 멘토기관은 부모님과 함께 갭이어 학생들의 지지자이고 학교의 파트너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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